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 블랙홀의 무한한 시간과 유한한 삶에 대하여 (크리스 임피 지음, 김준한 옮김, 2023, 시공사)

Einstein’s Monsters: The Life and Times of Black Holes (Chris Impey)

출판사 서평

“수백 년 전, 감히 검은 별을 상상한 이들이 있었다.”

별이 죽은 자리에서 태어나는 우주에서 가장 기묘하고 경이로운 천체 이야기

스페이스닷컴 선정 ‘최고의 우주 과학 도서’ 《비욘드》의 저자 크리스 임피 신작!

가까이 다가가는 모든 것이 조용히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추는 새카만 구멍. 시간도 빛도 탈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중력을 만들어내는 괴물.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무한의 천체. 존재만이 증명되었을 뿐 누구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불가사의의 상징. 순간이동이나 시간 여행 같은 공상과학적 상상조차 현실이 될 것 같은 미지의 천체, 블랙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부분 그것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조차도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데 회의적이었다. 블랙홀의 중심은 시공간의 곡률과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을 품고 있으며, 블랙홀의 내측과 외측을 나누는 경계인 사건지평선은 내부의 물질을 영원히 가둘 수 있는 중력적 경계다. 대체 이런 천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과학자들은 관측 자료와 이론의 해석을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블랙홀은 실재한다. 다른 천체들처럼 우주 어딘가에서 태어나, 가스를 게걸스럽게 먹고 다른 은하와 병합하면서 성장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블랙홀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블랙홀이 주변 천체나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그것이 걸어온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힘겹게 우주를 건너 지구에 도착한 별빛과 전파를 분석해 블랙홀의 탄생을, 삶을, 죽음을 알아낼 것이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크리스 임피는 신작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원제: Einstein’s Monsters)》에서 블랙홀 연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한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을 고안한 이래, 수많은 과학자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 미지의 천체를 추적해왔다. 우리는 이 책에서,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검은 천체를 좇아 무모한 모험을 떠나고 기약 없는 연구를 기꺼이 감내한 과학자들을 만날 것이다. 별이 죽은 자리에 태어나는 블랙홀의 발자취를 따라, 별의 무덤에 마침내 도달한 사람들 말이다.

아인슈타인부터 오펜하이머, 킵 손과 호킹까지 상상 속 천체를 찾아 미지를 탐험한 과학자들을 만나다

170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교회에서 성직자 생활을 하고 있던 존 미첼은 빛이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검은 별’이 존재하리라고 상상했다. 그는 뉴턴의 물리 법칙만을 사용했기에 완벽한 추론을 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블랙홀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1900년대에 카를 슈바르츠실트라는 학자가 블랙홀의 두 가지 필수 요소인 특이점과 사건지평선을 예측했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아인슈타인은 이런 발견들에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블랙홀을 불완전한 물리적 이해의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리적 대상이 0의 크기와 무한대의 밀도를 지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등장한다. 1939년, 그는 질량이 큰 별이 어떤 물질보다도 밀도가 높은 상태까지 수축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그 별의 삶이 끝날 때 필연적으로 블랙홀이 형성됨을 보였다. 블랙홀을 추측이 아닌 그럴듯한 사실로 바꿔놓은 것이다. 블랙홀은 연구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학자들은 그 실재를 의심하면서도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잘 아는 비운의 천재, 스티븐 호킹도 여기 합류했다. 호킹은 블랙홀이 ‘증발’한다는 주장과 함께 호킹복사 이론을 제시했으며, 블랙홀 내부에서 정보가 소멸하는지를 놓고 동료 학자와 내기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정보가 소멸한다는 입장에 섰지만 결국 내기에 패배했다. 1975년에는 또 다른 물리학자 킵 손과의 내기에서 블랙홀의 존재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지만, 이후 백조자리 X-1이 강력한 블랙홀 후보로 밝혀지면서 이 내기에서도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은 연구자들 덕분에, 블랙홀 연구는 황금기를 맞이했고 매년 블랙홀을 다룬 논문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블랙홀을 직접 눈으로 ‘보는’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다. 오로지 빛과 다른 형태의 전자기파만을 이용해 우주를 연구해온 400년의 역사 이후, 2015년 처음으로 중력파가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구는 중력의 눈으로 블랙홀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인류가 더 오래 생존한다면, 우리의 먼 후손들은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이웃 안드로메다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과 병합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측하는 호사를 누릴 것이다. 그러나 결국 블랙홀도 먹이를 잃고 굶주리다가 끝내 소멸할 것이다. 인간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유한한 생명체이듯,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주도, 블랙홀도.

이 책에서 우리는 그동안 미지의 ‘괴물’로만 여겨졌던 블랙홀이 생명을 가진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과학자들이 쌓아온 감동적인 업적을 마주할 것이다. 《양자혁명》의 저자 만지트 쿠마르가 말했듯, 이 책은 “블랙홀의 역사를 따라간 과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를 하나하나 엮어 매혹적으로 펼쳐낸 역작”이다. 기술이라는 검을 들고 지식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채 137억 년에 걸친 우주를 탐험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여정에 함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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