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in Books
The Last Stargazers: The Enduring Story of Astronomy’s Vanishing Explorers (Emily Levesque)
출판사 서평
깨끗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본 기억을 더듬어보자. 새까만 융단에 하얀 모래를 뿌린 듯 무수히 빛나는 별을. 그 광경을 보고 압도되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별빛은 낭만의 상징이자, 우주가 보내는 인사이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구 대상이다. 별빛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어떤 사람일지 상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얀 실험실 가운을 걸치고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천문대에 세워진 거대한 망원경을 밤새도록 들여다보는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외계 생명체로부터의 신호를 기다리며 하늘을 탐사하는 장면이나 갑자기 “내가 블랙홀의 미스터리를 풀었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어쩌면 “소행성이 23분 후 지구에 충돌해! 우리는 모두 죽을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관측천문학자이자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원제: The Last Stargazers)》의 저자인 에밀리 레베스크Emily Levesque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커튼을 한 겹 걷어내듯, 천문학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우주와 별을 들여다볼 때 어떤 난관과 황홀함이 공존하는지 들려준다. 인간이 처음 망원경 안을 들여다본 이래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문학자가 하는 일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을지라도 그 형태는 놀랄 만큼 바뀌었다. 과거에는 천문학자들이 망원경 뒤에서 접안렌즈에 눈을 대고 우주를 들여다보았다. 유리로 된 얇은 건판을 천문학자가 암실에서 직접 잘라 망원경에 끼워 초점을 맞추었고, 망원경 옆에 달린 작은 케이지에 밤새도록 갇혀 추위와 싸웠다. 당연히 화장실도 없었다. 열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천문대에 왔더라도 구름이 끼거나 눈비가 오는 날이면 관측을 할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침입하는 전갈, 독거미, 너구리 등등의 야생동물들과 사투를 벌여야 할 때도 있었고 관측을 위해 깜깜하게 해둔 천문대 안에서 지지대나 기계와 부딪혀 기절할 때도 있었다. 망원경 동작 오류나 불행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천문학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천문학자가 천문대에 존재할 필요도 없다. 반세기 만에 망원경은 원격으로, 심지어 자동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고성능 카메라로 별과 성운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전송한다. 인터넷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언제든 관측 데이터를 다운로드해서 분석하고 토의할 수 있다. 망원경의 관측 스케줄은 분 단위로 빡빡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고, 기상이 악화되어 원래 정해진 관측을 할 수 없는 경우 즉시 관측할 수 있는 다른 천체로 대체한다. 망원경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 예전보다 더 멀리 있는 천체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천문학자들의 작업 방식이 진화해 ‘더 나은 과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더없이 좋지만, 한편으로 “우린 관측에서 얻던 경험, 일화, 모험을 잃어간다”고 말한다. 플리스 재킷으로 몸을 감싸고 차가운 망원경에 눈을 붙인 채 우주에서 오는 희미한 빛을 담아내고, 그 별빛의 흔적이 담긴 건판을 직접 손으로 현상하던 그때의 낭만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고 말이다. 그래서 오래된 천문대와 망원경 뒤에 남아 있는 기억, 시간 그리고 낭만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물론 이 책은 ‘그리운 옛날’을 향한 찬가가 아니며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우리의 낭만을 망가뜨렸는지에 대한 비판도 아니다. 최신 망원경과 천문대는 앞으로도 획기적인 발견을 이루어낼 것이며, 그 속에서 다음 세대의 천문학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망원경 옆 케이지에 갇혀 있든, 지구 반대편 침대에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든, 천문학은 계속 무한한 우주를 탐구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갈 테니까. 천문학자들은 그런 사람들이다.